2005/8/11 기술사연구회
발제: 전재성
Lydia H. Liu, The Clash of Empires: the Invention of China in Modern World Making(Cambridge: Harvard University Press, 2004)
I. 책의 주제
o 19세기 영국과 청의 충돌의 지점에서 벌어진 지식, 언어, 기호의 충돌을 통해 영국과 청이라는 두 개의 제국의 권력과 이익의 충돌의 본질을 살펴보는 것.
- 두 개의 문명의 충돌이라기 보다는 각자 제국적 주권의 보편성을 내세우는 두 정치집단의 충돌로서 영국과 청의 충돌을 보아야 함.
- 그 가운데 나타난 문명과 문화의 충돌은 사실은 국제정치적 권력현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을 살피고 있음.
o 저자는 인문학적 방법론, 특히 언어학, 기호학, 문헌비평학적 방법론을 사용하여 19세기의 국제정치, 외교, 문학, 법학, 철학, 언어학의 저자들에 관한 비판과 텍스튼 분석을 통해 언어와 기호, 개념 속에 숨어있는 제국충돌의 내용을 밝히고자 함.
- 제국충돌이란 결국 sovereign의 개념을 둘러싼 충돌이며, 양 제국이 자국의 권력배경과 전통에 맞추어 sovereign thinking을 하는데 있어서 빚어지는 갈등을 밝히는 것임.
- 본서에서는 오랑캐의 개념, 국제법의 개념, 중국과 서양의 문법의 개념을 둘러싼 갈등내용을 밝힘으로써 제국의 충돌의 모습을 보이고자 함.
- semiotic turn of international relations이라는 방법론, hetero-cultural, hetero-lingual approach의 방법론을 채택함.
II. 오랑캐와 야만의 혼합기호 supersign
o 1858년 영국과 청나라 간에는 제2차 아편전쟁을 마무리하는 텐진조약이 체결됨.
- 이 과정에서 영국은 청나라가 夷 개념을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말도록 요청하여 결국 51조를 통해 夷 개념의 사용이 금지됨.
- 영국이 夷 개념의 사용금지를 요청한 배경에는 夷와 야만 barbarian(barbaros)의 개념이 상호연관되어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음.
- 이러한 상호연관의 인식기제, 다른 언어를 혼합하는 인식구조, 기호간의 소통구조가 제국간 충돌의 본질을 표상하는 현상이라고 저자는 인식함.
- 여기서 혼합기호 supersign이라는 용어를 개발하고, yi/barbarian, 즉, 오랑캐/야만이라는 혼합기호를 만들어 냄.
o 우선 저자는 청나라가 사용하는 夷라는 개념이 야만의 개념으로 번역되는 것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함.
- 1750년대 영국은 광동의 무역항을 통하여 청나라와 교역을 시작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청나라는 夷라는 개념을 foreigner 혹은 stranger의 개념으로 사용하는 것이 상례였음.
- 이러한 용례는 마테오 릿치(16세기 전후)의 중국내 활동을 통해서도 나타난 바가 있음.
o 그러나 이러한 외국인 개념의 夷를 야만의 개념으로 인식한 데에는 제국주권이라는 정치적 경쟁을 둘러싼 영국의 국제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고 저자는 간주함.
- 야만의 개념은 그리스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이는 bar-bar 야만족을 뜻함.
- 청나라가 영국을 외국인이 아닌 야만족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영국이 인식하는 것은, 양대 제국간의 문화적 소통의 근거를 말살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영국은 청과의 관계를 대립적으로 인식한 것임.
- 이러한 대립적 인식의 근저에는 아편, 무역, 군사적 충돌 등을 둘러싼 첨예한 이해관계가 깔려있는 것으로, 이러한 상황에서 夷의 개념을 우호적으로 인식하여 양대제국간의 인식의 일치를 이루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임.
o 다음으로 저자는 夷라는 개념을 청나라가 어떻게 전통적으로 사용하여 왔는지를 밝히고 있음.
- 중국이라는 개념은 여러 가지 뜻을 함축한 개념으로 漢민족의 나라라는 종족적 개념으로 사용되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고 봄.
- 중국의 역사상, 원나라와 청나라는 북방민족에 의해 다스려졌으며, 따라서 중원의 중화개념은 종족적 개념이라기 보다는 문화적 개념으로 보아야 할 것임.
- 청나라는 명을 멸망시키고 중원을 차지한 이래, 유교를 계승하여 문치를 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임. 그 과정에서 문화적 의미의 중화를 중시함. 종족적 기준으로 생각하면 여진족인 청나라 지도부 스스로가 오랑캐이기 때문임.
o 따라서 청나라는 문화적 기준으로 중화를 생각하고, 夷는 중화의 주권적 지배영역을 벗어난 지리적 개념으로 사고함.
- 따라서 夷라는 개념 속에 문화적, 종족적 야만의 개념이 반드시 내포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임.
III. 국제법과 중국법의 혼합기호
o 중국은 새롭게 다가온 서구의 근대국제체제를 이해하기 위하여 서구 국제정치의 기본 개념인 주권, 권리, 조약 등의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었음.
- 중국은 1860년대 이후, 총리아문을 설치하여 근대외교제도를 정비하는 한편, 근대적 국제법 인식을 갖추어가는 과정에 있었음.
- 이 과정에서 청의 공(Gong) 왕자는 국제법의 텍스트를 번역할 필요를 느낌.
o 미국인인 Henry Wheaton이 저술한 Elements of International Law(1836)을 번역하는 작업에 들어감.
- 저자는 저술 당시 중국과 아시아의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저술하였음.
- 비서구의 지역에 대한 서구적 편견을 가지고 있었고, 기독교적 관념에 근거한 국제법의 개념, 주권적 평등의 개념을 가지고 있었음.
- 자연법에 의한 국제법과 실정주의에 의한 국제법의 개념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는 Vattel이나 Grotius로부터 나오는 국제법학의 전통을 물려받은 것이었음.
o 중국에서 Wheaton의 책을 번역한 사람은 선교사 겸 학자인 W. A. P. Martin이었음.
- Martin은 한편으로는 중국에 대해 불평등조약을 강제하고, 폭력을 사용한 서구의 외교정책을 합리화하는 한편, 중국이 앞으로 국제적 상황에 적응하여 외교활동을 해나가도록 하는 어려운 임무를 맡게 된 것임.
- 저자는 이러한 Martin의 역할을 외교가적 번역가로 지칭함. 어떠한 개념을 가지고 어떠한 상호소통성 commensurability을 확보하는가에 따라 서구와 청나라의 외교관계가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인식이 담겨있음.
o Martin은 번역에 있어서 서구와 중국의 전통적 법개념 사이의 상호소통성을 최대한 확보하고 그 가운데, 양자의 공통점에 기반한 보편적 국제법 개념을 만들어 내고자 노력함.
- 가장 중요한 개념은 자연법과 국제공법이었음. Martin과 중국인 협력자들은 자연법의 개념을 성리학의 性개념에 의지하여 性法이라 지칭하고, 국제공법의 개념을 중국의 전통적인 公개념에 의지하여 公法이라 지칭함.
- 이러한 번역작업은 성리학이 가지는 보편적 철학적 특징과 중국정치가 가지는 실정주의적 특징을 서구와 연결시켜, 서구의 국제법 체제를 설득시키는 작업이 되었음.
- 이러한 노력은 이전 시대의 예수교 선교사들이 성리학과 기독교 개념들 사이의 유사성에 기초하여 포교하였던 노력과 대비되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음.
o 결과적으로 夷개념의 혼합개념이 영국과 청 나라간의 제국의 충돌과 긴장을 유발하였던 데에 반해, Martin의 번역작업은 양 제국의 공통성과 상호소통성을 찾아냄으로써 국제정치의 기본 논리에 있어서 호혜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호적, 지식적 기반을 마련하였다는 데에서 의미를 찾아볼 수 있음.
IV. 비교문법학을 통한 중국의 노력
o 저자는 서구와의 만남에서 중국의 언어적, 문법적 기초를 밝힘으로써 문명적 독자성을 유지하고자 했던 19세기 중국의 노력, 혹은 주권적 사고의 원형을 찾아내고자 하고 있음.
o 대표적인 학자로 Ma Jianzhong을 들고 있는데, Ma는 1898년 Mashi wentong(Ma's universal principles of classical Chinese)라는 저작을 내어 중국의 전통문법학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음.
- Ma는 서구에서 유학한 문법학자로서 중국의 고대로부터의 언어에 대한 연구를 집대성하고, 이를 라틴어, 그리스어, 기타 유럽의 언어와 비교한 성과를 보이고 있음.
- 그 가운데 Ma는 모든 언어들이 보편적 문법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함. 이는 Whitney와 같은 서구의 문법학자들이 주장하는 바, 인도-유럽어족의 문법구조가 다른 지역의 문법구조보다 선진적이며, 따라서 문명적으로 앞설 수밖에 없다는 문법특수주의를 공격하는 내용임.
o Ma는 중국의 고대한문이 발화, 문법구조, 형식요소에 있어서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주장함.
- 이는 결국 언어학적 연구라기 보다는 상호소통가능성과 주권적 사고의 주제라고 보는 것이 저자의 견해임.
- Ma는 이를 통해 중국 전통문명의 보편성과 생존가능성을 논하고 있음.
- 문법의 보편성을 理에 비교하여, 문명간 소통가능성을 주장함.
o 손문은 이러한 견해를 한층 더 발전시켜 중국언어와 문법의 체계성, 보편성, 다른 문명과의 소통가능성을 살피는 것이 사실상, 근대적 의미의 nation-building에 필수적인 과제라고 주장함.
- 어려운 문법적 논쟁보다 중국문명의 우월성을 대중에게 교육시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역설함.
V. 생각해 볼 점
o 저자는 결론 부분에서 21세기 국제정치의 테러사태에 대해서 논의함.
- 테러를 야기시키는 문명적 충돌, 지역간 국제정치적 충돌이 어떠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
o 21세기 국제정치의 semiotic turn이 가능할 것인가 생각해 볼 필요.
- 문명간 혹은 지역간 국제정치적 충돌을 조화시킬 수 있는 지식의 소통, 새로운 혼합기호의 발견, 소통가능성을 위한 적절한 문화교류와 번역 작업의 중요성 등을 생각해 볼 필요.
- 이를 위해서는 타 지역의 지역국제정치의 전통과 내용을 연구할 필요.
- 한국이 타지역의 국제정치상황을 어떻게 이해하는가, 한국은 어떠한 종류의 주권적 사고를 하고 있는가, 한국이 주도적으로 국제정치의 혼합기호를 만들어내는 지식적 작업을 이끌어갈 수 있는가 하는 과제를 생각해 볼 필요.